90년대의 감성을 가지고 나타나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코드중에는 다양성이 존재할것이다.
지금 2003년을 달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바로 바다 건너편의 이야기에 무관심하지는 않을것이다.
그러나 쉽게 알수는 없다는걸.. 그렇게 먼 거리인것 같다..
히로믹스에 대한 이야기는 잡지에서 보게 되었다.
많은 이야기들이지만 지극히 단편적인 이야기들의 나열이다..
90년대의 문화코드를 이들은 개인적인 이야기와 사진을 가지고 만드는것으로 잡았다.
대중에 따르는 스타.. 일본의 사진가들의 일부는 이렇게 쫒아간다.
그 선두에는 아라키가 존재하지만..
아라키의 그늘이 큰것인지... 내가 아라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때에 많은 아라키의 추종자가 있다고 말했는데..
그중의 선두주자인 히로믹스이다.
그녀는 감성적이고 아라키같은 와일드함보다는 섬세한 감정을 가지고 작업을 하였다.
소녀적 취향의 사진들은 그녀의 일기의 한장을 넘기는 느낌을 준다.
(이곳에 소녀적 취향이라는 단어를 쓰기가 겁난다. 이것이 페미니스트들에게 남성 우월주의의 산물로 보이질 않길 바란다.)
이 책은 사진과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져있다.
여튼, 너무 오래된 기사라 링크된 사진들도 다 잘렸네요. 달랑 텍스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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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teen girl days, 히로믹스
몇 년 전부터 디지털 카메라는 매니아층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한 두해 전부터 '디카' 라는 약칭으로 불리며 한국의 젊은이들을 사진에 열광시키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를 분신처럼 지니고 다니는 이들 '디카족'은, 언제 어디서나 그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간편하고 빠르게, 그러나 조금의 모자람도 없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담아내는 이 기록매체는 그들 취향과 편의에 딱 맞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적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문화적인 유행에 있어서 일본에 받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디카문화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스티커 사진 열풍 역시 일본의 프린트 하우스에서 시작된 것. 95,6년을 기점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스티커 사진은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게 '사진' 이라는 다소 경직되고 생소한 문화를 일상적이고 간편한 주변의 문화로 인식 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했었다.
디지털 카메라 역시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때 영향을 받은 면이 없지 않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가 가진 특성 중 하나인 '주변사의 기록성' 은 특히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게 강하게 어필하였다.
일본에는 이와 같은 특성을 살린 사진으로 일약 스타가 된 소녀 한명이 있다. 바로 히로믹스. 일상적이고도 솔직한 주변사를 소재로 사진을 찍어 사진 열풍을 불러 일으킨 당사자이다. 그당시 일본에서는 히로믹스가 10대와 20대의 문화 코드가 될 만큼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발랄한 성격을 가진 일본의 흔한 17살 여고생일 따름이었다. 실제 이름은 히로미 도시카와.
그녀는 코니카 빅 미니 35밀리 컴팩트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카메라로 사진부에서 활동하며 평소 재미 삼아 자신과 친구들의 일상 생활을 찍는 것을 즐기던 참이었다.
소녀와 친구들은 이 작업을 꽤나 즐겼었고, 덕분에 그녀는 친구들의 브래지어와 팬티 바람의 사진도 쉽게 찍을 수 있었다. (그리 일상적인 소재라고 할 수는 없을 정도로, 조금 센세이셔널 하기는 하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가 가볍게 찍은 이 사진을 혼자 간직하지 않고 95년, 캐논이 주최한 '사진 신세기전'에 출품하기로 했던 것이다. 조금은 어이 없는 발상에서 시작된 이 일은 결국 대박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그녀가 탄생시킨 36페이지짜리 칼라 복사물 [세븐틴 걸 데이즈]가 평단과 일반인 사이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녀는 결국「신세기」의 그랑프리를 손에 쥐었다.
그녀의 사진에서 보이는 솔직함과 여고생의 발랄함 때문인지 사람들 역시 그녀의 사진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저명한 예술 잡지 [스튜디오 보이스]와 락 잡지 [락킹 온 재팬]이 그녀에게 새로운 사진을 부탁했고, [상상 속의 연인에게 보내는 사진 연애 편지] 같은 사춘기적인 사진집 역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스튜디오 보이스는 "그녀의 작품은 이론적인 가식에 얽매인 인위적인 사진이 아니다. 바로 사진의 순수성을 지향하고 있다."며 그녀 사진이 가진 작품적 가치를 평했다
사진 논단에서도 그녀의 사진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컴팩트 카메라로 가부키초의 창녀들과 노는 자신의 모습을 찍는 등「사(私)사진」을 찍어오고 있는 아라키 노부요시의 영향도 지적되었다. '나 자신에 대한 관심', '가벼움', '자유로움', '사진기술로부터의 해방' 이 단어들은 그녀 사진을 상징하는 말이다.
그녀는 일본의 일약 스타가 되어버렸다. 일본의 젊은 사진가들은 '좋아하는 사진가'를 조사하는 앙케이트에 그녀의 이름을 적어넣었으며, 이후에도 그녀는 이런 저런 사진공모에서 수상을 거듭했다. 그야말로 인기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히로믹스는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60년대풍 R&B 그룹 '클로버' 를 결성, 음반과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방송활동까지 시작했다. 물론 음악성 짙은 그룹은 아니었고 겉모습에나 신경을 쓰는 귀여운 반짝 스타 경향이 다분했지만 그런 모습 역시 일본 소녀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말 그대로 '사진'이 '스타'를 탄생시킨 것이다.
그녀는 얼마전 24살이 되던 해 일본 사진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키무라 이헤이상을 받게 되었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수동으로 찍으면 실패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자동 카메라로 찍었다고 당당히 이야기 한다. 기분이 좋으면 좋은 사진이 찍힌다고 사진의 비결을 말한다.
그 순수함과 로맨틱 함이 아마도 그녀를 그 자리로 이끌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진을 통해 스타가 되는 일은 종종 보여지고 있다. 얼마전 월드컵에서 찍힌 사진 한장으로 미스 월드컵으로 낙점. 가수데뷔를 목전에 둔 M양 . D일보에 고무장갑을 낀 사진으로 수배령까지 내려졌던 에피소드. 길거리에서 찍힌 사진이 잡지에 실려 스카웃 되었다는 몇몇 연예인 등, 사진이 점차 대중화 되면서 생기는 재미있는 일화가 아닐까?
언젠가 사진'찍는 것'이 더욱 대중화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분명 제 2의 히로믹스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나이브하다 핀잔 들을지 모르겠지만, 남기고 싶은 젊은 날의 하루를 사진 한 장에 담아 두는 것. 꽤나 낭만적인 일이 아닌가?
글 주인선 기자 tidygirl@zoo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