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우영 사진을 처음 접한 것이 고이/삼 때였다.
포토291에 실린 그의 변두리 풍경 사진이었는데, 굉장히 인상이 깊었다.
뭐 지금은 한국 풍경에 대한 다양한 프레이밍이 있었으니 그닥 자극적이지 않지만, 그때만해도 강한 슬라이드 톤에 굵은 선들이 난무하는 프레이밍을 구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더군다나 정규 사진교육을 받은 사람도 아니었고, 구본창 사진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 이었으니 그런 방식으로 '폐허'를 다룬다는 것은 신선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뒤에도 가수들의 자켓이나 속지에 들어가는 사진들을 보면서 한국에도 실질적인 의미에서 형식주의 사진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유학가고 돌아오고 뭐 지금은 그냥 그렇다.

유학을 가고 싶다가도 참 움찔거려지는 대목중 하나다.(갈 돈도 없으면서....)
한국에서 괜찮았거나 유학 시절 사진을 보고 기대를 품었다가도, 귀국후 꼬랑지를 내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은 것이다.(사실 대부분이다.)
김우영의 경우만 보더라도 초기의 한국 풍경사진이나 아래의 다이얼로그 윗 네이처에서 보이는 촬영 프레임의 분해와 결합(촬영시의 프레임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그것의 도해/결합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플러스 알파할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의 새로운 방식을 이뤄내고 있지만, 지금은 그의 사진에서 사진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내가 가장 섭섭한 작가 트리오중 하나이다.
권순평, 최금화 그리고 김우영.
사족을 달자면, 이들에게 하는 말은 아니지만, 유학갔다와서 거기서 보고 들은 거로 베껴쓰는 거 좀 안했으면 좋겠다.
역겹고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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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logue with Nature"

김우영씨의 창조적인 이미지들을 볼 때, 서정적이면서도 고뇌적이고 동양적인 감수성과 견지된 이미지의 신중한 재해석에 대한 자의식을 추구하는 서양의 Post-modern 예술가들의 흐름이 잘 융합되어 있다. 김우영씨의 작품들은 실제로 세련되고, 상상력이 풍부하다. 이런 것들은 언뜻 보기에 작품 표면상에는 잘 나타나 있지 않은 것 같지만, 작품 내면에서 발하는 특이한 분위기를 접할 수 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실체에 대한 인지는 파괴된 후 다시 부드러운 표면과 이음새 없어 보이는 새로운 실체로 탄생된다. 추상적인 그의 이미지들은 현실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꿈결같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김우영씨의 풍부한 상상력에서 창조된 것으로 보이며, 보는 사람들에게 그의 우주적인 표현을 감지할 수 있게 해 준다. 그의 작품들을 면밀하게 관찰해보면 대체로 어떠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이미지들에서 어떤 끊임없는 흐름을 느낀다.

Charles H. Traub
(Chairman, M.F.A. Photography, School of Visual Arts)

김우영씨의 작품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민첩하고 탐구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필요로 한다. 그의 작품은 습관적인 고요와 혼돈의 표현으로 인해 작고 혹은 과장된, 하지만 결코 모순적이 아닌 사물에 대해 주도면밀한 관찰을 요구한다. 이런 세부적인 것들이 실질적으로 아주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크게 기여한다. 이로 인하여 생과 사의 문제점은 고차원적으로 제시된다.
그의 사진표현방법은 마치 유능한 건축가의 설계방식과 흡사하다. 그의 첫단계로서 단순한 기초적 바탕을 구축한 다음 그 위에 고도의 우아한 구조를 디자인한다. 그의 건축학적 첫단계 사진은 명상적으로 변화된다. 또한 그의 시각적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중성을 생각해야만 한다.

김우영씨의 이미지는 이를 처음 보는 이에게 미에 대한 감명을 선사한다. 구성요소들간의 조화와 색에 대한 감각, 그리고 형태의 우아한 상호작용, 이미지들은 강한 고요함과 상당한 저력을 내포하고 있다. 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제공함으로써 미에 대한 명상에 잠기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들의 첫인상에 못지 않게 그 내면적 깊이도 중요하게 인식되어져야 한다.
시각적 탐색에 연이어 그의 작품은 실질적인 미와 절대적인 슬픈 표현이 강조된다. 그의 자연에 대한 열렬한 애착과 경의 그리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에 대한 애도가 잘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충격적이고 애도적인 분위기 외에도 상당한 감정적 이유를 그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SILENCE Ⅰ"에서 우측 하단 부분의 회전을 분석해 볼 때, 이는 마치 지구의 불안정한 회전을 표현한 듯 하다. 고정된 부분에 회전하는 부분을 비교함으로써 이미지들의 그래픽적 배열 속에서 심미적인 기쁨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아주 이색적인 감정적 표현 방법으로써 혼돈외에도 가능성이나 변화를 표출한다.



그의 작품 “CAN”속에 배열된 자연석과 인위적이지만 아름다운 돌과 연이은 신비스럽고토템적인 돌은 시간의 연속을 반영한다. 그 배열 중앙에 위치한 코카콜라 캔 역시 토템적인 역할을 한다. 캔 자체는 이질적이고 쓰레기와 상업주의의 표시이지만, 김우영씨는 이를 한낱 도시부패의 상징으로만 간주하지 않았다. 그 캔의 빨간색은 훌륭한 색의 도용이었고 기발한 유우머의 표현이었다.
끝으로 김우영씨의 작품은 우리에게 비애와 절망을 경험하게 한 후 결국은 소망으로 인도하는 여정길을 선사하는 느낌을 준다. 특이하고 보편적인 그의 사진들은 지리적 한계를 초월하려는 시도하에 우리에 대한 경고이자 인사이며 어떤 메시지이자 명상이 될 수 있다.

Abby Robinson(Photograp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