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지겨우실지도 모른단 생각이지만, 마지막이다 싶어 아라키 관련 기사를 옮깁니다.
동아에 아라키 관련 기사가 있다고 했는데 가보니 안보이더군요.    신문이 아닌 다른 매체인가...모르겠지만...       아라키와 이우창이 친구란 사실은 첨 알았습니다.     솔직히 상상도 안가지만, 이우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해는 되는것 같군요.     지금 아라키라는 사진 카데고리의 성분은, 정말 상상도 못하게 방대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아라키 학學 이 나와도 재밋을 것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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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훈 기자 한국을 찾은 일본의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62)의 기자회견이 있었던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 1층.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가던 아라키의 시선이 문득 한 남자에게 멈췄다. 그가 아라키에게 다가왔고 두 사람은 30여명의 보도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뜨겁게 포옹했다. 이 남자는 다름 아닌 재일(在日)화가 이우환(66·다마대 교수). 반백의 머리에 작은 체구, 평범한 옷차림을 보고 그가 백남준과 더불어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미술인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중략...

-아라키와는 언제부터 알았나.


“서로 무명시절인 60년대 말부터이다. 서울로 같이 사진 찍으러 다니고 내가 사진을 골라 주기도 했다. 본래 말수가 적고 수줍음을 많이 타던 친구였는데 많이 변했다. 자기 세계가 생겨서 그런지 좀 망나니가 되었다(웃음). 그는 단순히 누드작가가 아니다. 어느 앵글로 찍어도 다 작품이 된다.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게 된 동기가 아내 때문이었다. 유명해져야겠다, 이런 욕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이 순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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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1만권의 책을 읽고, 만감을 갖고(사색), 만리길(경험)을 간 다음 붓을 들어야 한다. 과학이나 문학이나 여타 모든 학문처럼 미술도 많은 사색과 경험을 통해 나오는 거다. 그래야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알고 그것을 캔버스에 뱉어내는 거다. 아무 것도 보여줄 게 없는데 뭘 그려. 그건 사기다 사기.”


-어차피 모든 게 사기 아닌가.


“예술은 고등사기다. ‘고등’이란 말은 사기를 잘 쳐야 한다는 거다. 아주 지혜롭게 깊게 말이다. 결국 그건 사기가 아니다.”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뭘 보여주고 싶은가.


“헷갈리게 하고 싶다. 내 그림을 보면서 도대체 이건 뭔가? 묻게 하는 거다.”


-묻게 해선?


“일상에서 깨어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게 지식인이고 문화인이다. 대중에 맞장구치면 안 된다. 그건 범죄다. 삶의 위화감, 부조화, 불균형을 드러내 일상을 고이고 썩지 않게 해야 한다.”


그는 이어 ‘비켜감’이란 단어를 썼다.


“예술가의 삶은 ‘비켜감’의 삶이다. 그래서 고통스럽고 외롭지만 그 비켜감을 통해 남과의 관계를 찾을 수 있다. 합일(合一)은 감미롭지만, 뒤집어 말하면 다른 것하고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비켜가는 것은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본래 문학도를 꿈꾸었다는 그의 화법은 다분히 철학적이고 시적(詩的)이었다. 그리고 겸손했다. 한국에 나오면 번거로운 일이 많이 생겨 매번 도망치듯 떠난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관계’라는 화두를 던졌다.


“결국 산다는 것은 관계의 문제다. 숱한 외세의 침입도 그 관계 속에서 우리가 튼튼해졌다고 생각해야 한다. 지정학적으로 우리는 반도니까 흘러가는 곳이다. 하지만 일본은 섬이라 받아들여 고이는 곳이다. 그래서 인공이 발달한 거다. 몽골 중국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부정하면 안 된다. 못난 사람들 짓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