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정도...일껍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케이티 메일이라는...컴퓨터 통신 서비스 업체가 있었습니다.     통신에 재미를 붙여 돌아다니다가 알게 되었는데, 제 기억이 맞다면 그곳에 백제 사진과의 온라인 포럼이 있었지요.     아뭏든, 그 동네에서 강용석씨를 만났습니다.     부임한지 얼마 안된 젊고 의욕에 찬 교수였고, 무엇보다 저에겐 사진가로서 엄청난 존재였습니다.      솔직히, 사진찍는 사람으로서 나름의 비젼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했지요.      그러지 않고서야 동두천에서 이런 사진을 뽑아낼순 없을 것이라고 상상했었습니다.


강용석 : 네...그럼 사진작업을 어떻게 계속할 생각이죠?
zabel : 음....한달은 노다가 뛰고, 다시 한달은 사진을 찍고...그렇게 해나가 보려구요.
강용석 : ............
zabel : .......
강용석 : 음.    좋습니다.     아마 작업을 위해서, 가장 좋은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zabel : (.....허걱)


사진으로 생활을 해나간다는 것이 단지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사진찍는 사람의 비젼이란 건 사실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뭐 등등 많은 생각이 들게된....대화였지요.      그때 결론은 우리나라는 어려운 나라라는 것이었습니다.    살아 나가기에도, 사진을 만들어 나가기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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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zoomin.co.kr/community/upload/bbs/temp/강용석_동두천기념사진.zip
http://www.zoomin.co.kr/community/upload/bbs/temp/강용석_매향리.zip

사설이...길었군요.쩝.    동두천 사진의 강력함에 비해 그 뒤의 사진작업은 너무 부드러울 정도지만, 들려오는 이야기나 제가 본 바로도 아마.....그 뒤의 작업에 더 가까운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정치적 시각으로 대상을 다루는 것은 둘다 마찬가지지만, 그것을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서 어떤 타입으로 발설하느냐에 관한 문제는 굉장히 상이한 것이 사실이거든요.      둘중에 어느 것이 작가에게 득이 되느냐는 나중에 판단되겠지만, 동두천 기념사진의 사진사/사회적 가치는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컬러네거티브로 제작된 이 시리즈 안에 드러난/드러날 담론이나 이야기들이 가지는 가치만으로도 사진작업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않을까 합니다.

너무 많이 이야기된 시리즈들이라 다른 분들이 리플 달아 주시는 것이 제가 뭘 쓰는 거보다 나을 듯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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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기념사진과 매향리 풍경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는 먼저 무엇을 찍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대상을 선정하고, 다음에는 그 대상을 어떻게 해석해서 시각화시킬 것인가 하는 연구를 하게 된다. 사진 찍을 대상을 선정하는 일은 예외도 있지만 대다수 사진 자체가 워낙 실재하는 사물 또는 현상을 찍는다는 전제 하에서 성립하기 때문에, 그 어떤 다른 표현매체나 또는 다른 사진적 과정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 장 한 장 사진의 성공 여부는 그 사진의 대상성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사진에서 무엇을 찍느냐의 문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근대 이 후의 사진에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명제가 자리 잡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 장의 사진이 갖고 있는 무드(Mood)는 그 사진 자체가 생산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무드란 관객이 사진을 보면서 갖는 어떤 느낌 즉, 숭고함, 우아함, 추함, 비장함, 강렬함, 멜랑콜리, 노스탤지어, 등등이다. 그런데 한 장의 사진이 갖고 있는 그런 무드를 사진에 찍힌 사진자체가 직접 생산해 내고 관객과 바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객이 보고 느끼는 것은 그 대상이 찍혀진 사진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강조하는 말이다.
사진의 가치 평가에서 대상성이 무척이나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진가라는 존재가 사진에 드러나기 위해서는 사진의 내용을 담보해 내는 적절한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사진에 찍힌 대상이 어떤 미적 가치를 발현하기 위해서는 사진이란 통로를 거쳐야 하고 그 통로는 대상 자체의 존재방식과는 관계없는 자기 스스로의 형태를 갖고 있다. 마치 물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송수관이라 불리우는 물의 존재방식과는 관계없는 통로에 물을 맞춰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강용석이 찍고 만든 〈동두천 기념사진〉과 〈매향리 풍경〉사진에서 우리가 읽어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사진가로서 강용석이 동두천 기지촌의 미군 전용 술집과 매향리라는 장소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으며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사진의 내용을 어떻게 가장 사진적인 방법으로 사진에 천착하면서 형식화시키고 있는지의 여부이다. 〈동두천 기념사진〉에서 그는 기념사진이라는 사진의 오래된 전통적 어법을 이용하여 미군 주둔이 갖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의미와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한〈매향리 풍경〉에서 그는 풍부한 톤을 의도적으로 생략하고 거의 모노톤에 가까운 건조한 분위기의 사진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강용석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매향리가 처해 있는 시대적 조건이며 존재방식이다.
강용석의 사진은 기념사진이라는 기존의 사진 어법이 다큐멘터리로 승화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고, 톤(tone)이라는 사진의 형식적 요소가 어떻게 내용을 담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한국사진의 역사 속에서 사진 형식의 실험과 완성을 향한 중간 과정에 선명하게 위치하고 있다.  

글 / 박주석(광주대 교수, 미술사)